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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[언론보도] "2년전 끝장 본 결과 지금 기계가 팽팽 돌아갑니다"2018-12-12 16:1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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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2년전 끝장 본 결과 지금 기계가 팽팽 돌아갑니다"


[화성=홍성원 기자]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콤파운드로 연신 쇳덩이를 문질렀다. 반짝이는 게 웬만한 거울만큼 빛을 반사한다. 크기에 따라 무려 3억~5억원짜리다. 유려한 디자인으로 세계시장에서 메가히트를 친 삼성전자 LCD TV‘크리스털 로즈’외관을 찍어내는 핵심 부품인 금형이다. 다른 한 켠에선 이 금형에 하자가 없는지 컴퓨터로 검사했다. 한 직원에게 요즘 작업량을 묻자 “일은 기계가 하는 걸요”라고 웃었다. 그는 그러나 물량이 밀린 탓에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. 지난 21일 찾아간 경기도 화성시의 금형업체 에이테크솔루션의 부지 3만2340㎡(9800여평)는 작업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. 불황의 깊은 골이 중소업체 상당수에 부도 딱지를 붙여 삼켜버릴 태세지만, 이 곳은 희망을 껴안고 있었다. 가동 인력의 10%를 매년 추가 채용 중이다. 공장장인 이범경 상무는“‘크리스털 로즈’의 내년 모델용 금형 일감이 몰려 직원 286명이 모두 비상”이라며“요즘 뉴스보면 공장이 무급휴가 들어가고 잔업도 없다던데 우린 기계가 팽팽 돌아간다”고 말했다. TV 금형만으로 5%의 이익률에 올해 350억원의 매출이 확정적이다. 삼성전자라는 대형 거래선이 있어 운 좋은 회사겠거니했다. 최근 삼성전자 주최 대ㆍ중소기업‘상생협력 페스티벌’에서 대상도 받은 곳이라‘든든한 후원자’덕을 봄직했다.

짧은 백발의 유영목 사장이 한 마디했다.“삼성 협력사라서 상받은 거 아니에요. 협력사만 1350개나 되는 걸…”삼성전자 금형 비중과 국내외 자동차 업체용 금형 비중이‘5대 5’일 정도로 거래선이 다양하다고도 했다. 삼성전자 관계자도“기술, 품질, 원가절감 등 3박자가 다 맞아서 이 회사와 거래한다”고 전했다.

이 공장장은 지난 2006년‘크리스털 로즈’금형 개발 당시의 치열함을 귀띔했다. 그는“와인색이 도는 TV 외관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삼성에서 듣고 개발에 착수했다”며“1년 꼬박 밤샘작업하며 숱하게 실패를 봤지만‘끝장’을 볼 작정이었고 결국 해냈다”고 회상했다. 삼성전자가 대당 15억원짜리 금형가공설비 16대를 무이자로 지원했고, 에이테크솔루션은 개발에 승부를 건 결과였다. 일본 미국업체가 모방하려고 한국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. 유 사장은 불황 속 희망의 싹은 상생(相生)이 키운 것이라고 했다. 그는“‘크리스털 로즈’금형 개발 전 한 4~5년은 너무 힘들었다”며“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특화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했고 일본, 독일과 대등한 수준까지 오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삼성이 우리와 손을 잡는 것”이라고 했다. 이 회사는 매출액의 13%를 기술투자에 쓴다.

이 공장장은“동일한 출발선 상에 있고 결국 등수를 가려야 한다면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”며 “상생이랍시고 (지원금액) 나눠먹기식으로 무임승차하는 회사는 빠져야 한다”고 강조했다. 공장 곳곳엔‘제안으로 회사사랑, 개선으로 고객만족’이란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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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 사장은 희망으로 공장을 돌리는 비법도 알려줬다.“해마다 새로운 기술을 제안한 직원 중 1등에게 현금 300만원을 주는 식으로 1년에 3000만원을 인센티브로 줘요. 직원들 기(氣) 살리기 차원에서 일정 금액은 와이프 갖다 주라는 의미로 봉투 2개를 건네는데 이건 회사가 어려울 때도 지속했던 거에요”

[출처:헤럴드경제]